2시간 줄 서서 먹은 디저트가 허무해지는 순간: 밴드왜건 효과

주말 오후, 번화가를 걷다가 어느 카페 앞에 백여 명의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풍경을 마주한다. 처음에는 ‘대체 뭐 파는 곳이길래 저렇게 줄을 서지?’ 하며 지나치려 했지만, 수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을 보자 묘한 호기심과 조바심이 피어오른다. 결국 약속 시간까지 미루고 무작정 그 긴 줄의 맨 끝에 합류해 버린다.

2시간의 기다림 끝에 손에 쥔 것은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한다는 달콤한 디저트 하나. 하지만 막상 한 입 베어 문 순간, 내 입맛에는 그저 평범하고 과하게 달기만 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해진다. 남들이 다 서는 줄에 서지 않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지갑을 열었던 경험, 우리는 왜 가끔 나의 진짜 취향보다 타인의 선택을 더 믿게 되는 것일까?

안전함을 찾는 본능, 밴드왜건 효과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가격이 내리면 물건을 더 많이 사고, 가격이 오르면 덜 산다는 ‘수요 법칙’을 기본으로 삼는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늘 숫자와 그래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앞선 카페의 대기열처럼, 어떤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물건의 본질적인 맛이나 가치와 상관없이 덩달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진다.

타인의 소비 행동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이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부른다. 낯선 동네에서 식당을 고를 때 텅 빈 곳보다 사람이 꽉 찬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처럼, 우리는 타인의 선택에 편승함으로써 실패할 확률을 줄이고 심리적인 ‘안전함’을 얻으려 한다. 대중의 선택이 곧 품질을 보증할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믿음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유를 잃어버린 모방의 씁쓸함

문제는 이러한 동조 심리가 물건의 실용성이나 개인의 필요를 완전히 압도해버릴 때 발생한다. 최근 소셜 미디어를 휩쓸었던 특정 브랜드의 대형 텀블러 유행을 떠올려본다. 그 텀블러는 물을 가득 채우면 무게가 상당해서 들고 다니기에 꽤나 불편하고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너도나도 그 텀블러를 들고 인증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무겁다는 단점은 무시한 채 비싼 돈을 주고 앞다투어 구매하기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특정 브랜드의 고가 패딩 역시 마찬가지다. 왜 그 텀블러가 필요한지, 그 패딩이 내게 잘 어울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남들이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행에 뒤처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지갑을 연다. 나의 뚜렷한 주관이나 실용성이 사라진 자리를 타인의 시선과 맹목적인 모방이 꿰차버린 셈이다.

나의 취향을 지켜내는 소비

밴드왜건 효과에 기대어 소비를 결정하면, 당장은 다수의 무리에 소속되었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유행이 지나가고 나면 금세 식어버리는 휘발성 감정에 불과하다. 결국 몇 번 쓰지도 않고 방 한구석에 방치된 거대한 텀블러나 먼지 쌓인 물건들은, 타인의 기준에 맞춰 나의 지갑을 내어준 대가다.

남들이 다 가는 길에 무작정 발을 들이기 전에, “이것이 정말 내게 필요하고 내 취향에 맞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던질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삶이 아닌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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