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지나다 보면 화물차 뒤에 실려 가는 거대한 굴삭기나 농사용 트랙터를 종종 보게 된다.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제작하여 즉시 운행할 수 있도록 수송하면 편리하겠지만, 무역 현장에서는 완성된 기계의 바퀴를 떼어내고 조종실을 분리해 낱개로 포장한다.
공정 절차가 늘어나고 포장 비용이 추가되는 번거로움이 발생함에도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분해 후 수송하지 않으면 해상 운송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내부 적재율 향상을 통한 물류비 절감
대형 트랙터나 공사 장비는 덩치가 워낙 크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이걸 공장에서 갓 나온 완성품 상태 그대로 화물선 컨테이너에 넣는다고 생각해 보자. 바퀴 높이와 조종석 지붕 때문에 위아래와 양옆으로 쓸모없는 빈 공간이 엄청나게 많이 남는다.
화물선 운임은 컨테이너 한 박스 단위로 계산하는데, 결국 값비싼 뱃삯을 내면서 쇳덩어리 몇 개와 허공의 공기만 실어 나르는 꼴이 된다. 배송비 부담이 커지니 현지에 도착했을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퀴를 떼어내 바닥에 차곡차곡 깔고, 조종실과 엔진 뼈대를 모듈 단위로 딱딱 맞춰 넣으면 들어가는 양이 완전히 달라진다.
완제품 하나 겨우 들어가던 컨테이너 한 대에 두세 대 분량의 부품 묶음을 빈틈없이 채워 넣을 수 있다. 운송비를 아끼기 위해서라도 일단 국경을 넘기 전까지는 기계를 쪼개놓는 편이 훨씬 이득이다.
완제품과 부품 관세율 차이를 활용한 세금 절감
두 번째 이유는 국경 세관의 잣대 때문이다. 수입국 항구에 도착했을 때, 컨테이너 문을 열자마자 바로 시동 걸고 밭으로 나갈 수 있는 완제품이 들어있으면 세관은 당연히 ‘완성 기계’로 분류한다.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의 기계 제조 공장이나 농기계 업체를 보호해야 하므로, 완성품에는 세금을 꽤 무겁게 매겨버린다.
세금이 붙어 현지 대리점에서 가격이 훌쩍 뛰면 농가나 건설 현장에서 사기를 꺼리게 된다. 하지만 같은 물건이라도 부품 단위로 상자에 나누어 들여오면 상황이 바뀐다. 지금 당장은 굴러가지 않는 쇳덩어리와 ‘단순 기계 부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관세 부담이 훅 떨어진다.
결국 완제품 상태로 국경을 넘길 때 물어야 하는 세금을 덜어내기 위해, 조립 직전 단계로 제품을 해체해서 들여오는 셈이다. 무역 현장에서는 이를 두고 ‘녹다운(Knock-down)’ 방식이라고 부른다.
수입국의 현지 고용 창출 및 산업 보호 정책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세금을 덜 내려고 멀쩡한 기계를 분해해서 들여오는 거라면, 수입국 정부 입장에서는 꼼수를 부린다며 막아야 정상 아닐까? 그런데 정작 물건을 수입하는 나라 정부는 이 방식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외국에서 다 만들어진 완제품이 통째로 들어오면, 수입국 안에서는 기계를 배에서 내려 탁송해 주는 일 외에는 생겨나는 경제적 혜택이 거의 없다. 비싼 기곗값만 고스란히 해외 본사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부품 상자 형태로 들어오게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품을 받아서 최종적으로 기름칠하고 볼트를 조여줄 조립 공장을 수입국 땅에 지어야 한다. 크레인을 다루고 기계를 맞출 현지 기술자와 정비 인력을 직접 채용해야 하니 자연스럽게 자국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난다. 여기에 조립할 때 들어가는 작은 전선이나 볼트, 너트 같은 소모품은 현지 공장에서 납품받도록 연결해 줄 수도 있다.
수입국 정부로서는 자국 일자리가 생기고 기초 정비 기술도 배울 수 있으니, 완성품에는 높은 세금을 매겨 막고 부품 상자에는 낮은 세금으로 문을 열어두는 것이다. 결국 다 만든 기계를 굳이 풀어서 보내는 이유는, 기업은 물류비와 세금을 아끼고 수입국은 일자리를 챙기기 위해 양쪽이 현실적으로 타협한 가장 합리적인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