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전쟁 원인부터 달러 vs 위안화 전망, 트리핀 딜레마, 그리고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실리적 외교 및 수출 생존 전략까지 알아보자.
세계 질서와 달러 기득권의 역사
어릴 적 동네 골목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골목대장 역할을 하던 아이가 모든 특권을 독차지하곤 했다. 자기가 정한 규칙대로 친구들을 이끌고 인기 있는 장난감으로 주목을 받는다. 국가 간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세계 최고가 되려는 이유는 그 자리가 가져다주는 이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 배경에는 압도적인 군사력도 있지만, 진짜 핵심은 무역 거래 시 전 세계가 통용하는 기본 화폐인 ‘달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절대적인 1등 자리를 영원히 유지한 나라는 없었다. 이를 잘 아는 미국은 과거 냉전 시절 소련을 무너뜨렸고, 뛰어난 제조업으로 치고 올라오던 일본과 독일의 기세를 환율 합의로 꺾어놓았다.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2등의 싹을 미리 잘라내는 것이 냉혹한 국제 사회의 생존 방식이다.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 달러 패권 위협
이번에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경쟁자는 차원이 다른 규모를 자랑한다. 넓은 영토와 방대한 인구, 수많은 공장을 가진 ‘중국’이다. 미국의 정권이 바뀌어도 관세 부과나 첨단 반도체 공급망 배제 등을 통해 한목소리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중국을 그대로 두면 자신의 패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핵심 기반인 ‘달러의 패권’을 약화시키고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새로운 중심 통화로 만드는 것이 미국을 넘어서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중국이 ‘석유’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원래 전 세계 원유 거래는 미국 달러로만 이루어진다는 원칙이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받던 이란, 러시아 등 산유국들에게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자고 제안했다.
위안화의 한계와 트리핀 딜레마
그렇다면 달러 중심의 시대가 끝나고 중국 위안화가 전 세계를 주도하게 될까?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까마득한 일일 것이다. 동네 대형 마트도 사람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언제든 자유롭게 들어와 물건을 사고 남은 돈을 쉽게 가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미국 금융 시장은 개방되어 있어 전 세계 누구나 자금을 자유롭게 들여오고 뺄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정부가 엄격하게 통제하고 간섭한다. 언제 자금이 묶일지 모르는 불안한 환경에 대규모 자산을 맡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세계 기저 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감당해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트리핀 딜레마’라고 부른다. 게임할 때 은행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해야 게임이 잘 진행되듯, 글로벌 무역이 잘 돌아가려면 자국 통화를 세계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자금을 바깥으로 푸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나라 물건을 많이 사들이며 무역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화가 너무 많이 풀리면 가치가 떨어져 신뢰를 잃게 되고, 반대로 유통을 제한하면 글로벌 거래가 막히게 된다.
결국 중심 국가가 되려면 적자를 감수하며 자금을 풀거나, 거래를 침체시키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미국은 지속적인 국가 부채와 무역 적자 부담 속에서도 수십 년간 이 체제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부담을 짊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대량 수출을 통해 경제를 유지하는 구조이므로,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 위안화를 유통할 여력이 없다. 내부적인 부동산 문제와 고용 불안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여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미국 달러 중심 체제에 흔들림이 생기더라도 이를 대체할 확실한 대안이 없어 달러의 지위는 계속 유지된다.
미중 갈등 속 대한민국이 생존하려면?
이러한 경쟁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대한민국도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해 외부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제조업으로 수출해야 생존하는 구조다. 글로벌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입장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어느 한쪽에 몰두하지 않는 실리적인 균형이다.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배척하면 당장 큰 수출길이 막힌다. 반대로 중국에만 의지하다가는 미국 기술과 금융 체계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
강대국 간 대립이 심해질수록 우리는 일방적인 편들기보다 미국과는 기술적 연대를 유지하고 중국과는 실리적인 교류를 이어가는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하다.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듯 리스크를 여러 곳으로 분산하는 전략이야말로 두 강대국 사이에서 새우등 터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국익을 지켜내는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