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조별 과제 잔혹사’를 떠올려보자. 교수님이 과제를 내어주며 대여섯 명을 한 조로 묶어줄 때만 해도, 각자의 재능을 합치면 엄청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자료 조사를 잘하는 사람, PPT를 예쁘게 만드는 사람, 발표에 능숙한 사람이 모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현실은 처참하다. 회의 시간은 끝없이 겉돌고, “누군가 하겠지”라는 침묵 속에 기한은 턱밑까지 다가온다. 결국 가장 속이 타는 한두 명이 밤을 새워 과제를 엉성하게 마무리하고, 나머지 조원들은 슬그머니 이름만 얹어 점수를 받아 간다. 각자의 능력을 합치기는커녕, 혼자 할 때보다도 못한 초라한 결과물이 나오는 이 기막힌 현상. 우리는 왜 뭉치면 더 강해지기는커녕 종종 더 나태해지는 것일까.
1 더하기 1이 3이 되는 기적, 시너지 효과
경영학이나 경제학에서는 두 개 이상의 요소가 결합하여, 단순히 각각의 힘을 합친 것(산술적 합)보다 훨씬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고 부른다. 동네 골목상권을 예로 들어보자. 맛있는 빵을 굽지만 커피는 팔지 않는 베이커리와, 원두 로스팅 기술은 뛰어나지만 디저트 메뉴가 부실한 작은 카페가 나란히 있다고 가정하자.
두 가게가 각자 장사할 때 올리는 매출의 합이 매달 1천만 원이었다면, 이 둘이 벽을 허물고 ‘베이커리 카페’로 결합했을 때는 어떻게 될까? 갓 구운 빵 냄새에 이끌려 들어온 손님이 자연스럽게 커피를 함께 주문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이 빵을 한가득 포장해 간다.
결국 결합 후의 매출은 1천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2천만 원, 3천만 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고 강점을 극대화하여 1 더하기 1을 3, 혹은 10으로 만들어내는 시너지의 마법이다.
사람 늘수록 책임감 증발: 링겔만 효과
하지만 세상 모든 결합이 늘 아름다운 시너지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서두에 언급한 조별 과제처럼, 여러 명이 모였음에도 오히려 1 더하기 1이 1.5나 심지어 0.5로 쪼그라드는 ‘역(逆) 시너지’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조직 내에 소속된 인원이 늘어날수록 개인 한 명이 쏟는 노력과 공헌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 이를 심리학과 경영학에서는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고 부른다. 회사에서 굵직한 프로젝트가 떨어졌을 때, 뛰어난 인재 열 명을 한 팀에 몰아넣는다고 해서 반드시 최고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원이 적을 때는 나의 나태함이 곧바로 티가 나고 성과에 직결되므로 필사적으로 일한다. 하지만 팀원이 열 명, 스무 명으로 늘어나면 “나 하나쯤 대충 해도 누군가 메워주겠지”, “내가 죽어라 고생해 봐야 내 공으로 빛나지도 않을 텐데”라는 은밀한 무임승차 심리가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군중 속에 자신의 책임과 존재감을 꽁꽁 숨겨버리는 이 심리적 나태함은, 결국 개인의 합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조직의 붕괴를 초래한다.
시너지를 향한 리더십의 조건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가장 큰 착각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모아두면 알아서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 명확한 목표와 역할 분담 없이 사람만 뭉쳐놓는 것은 링겔만 효과라는 무서운 나태함의 덫을 놓는 것과 같다.
진정한 시너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머릿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책임(R&R)을 투명하게 쪼개어 누군가의 노력이 군중 속에 묻히지 않도록 조명해 주어야 한다. 결국 한 조직이 1 더하기 1을 3으로 만드는 기적의 시너지를 발휘할지, 아니면 서로의 발목을 잡는 링겔만 효과의 늪에 빠질지는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그들의 숨은 동기를 끌어내고 책임을 부여하는 정교한 리더십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