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가 된 이유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및 환율 변동이 한국의 개인 대출 이자, 물가, 일상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비트코인과 위안화의 한계까지 알아보자.
미국 돈, 달러가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이유
우리는 한국에서 원화(₩)로 월급을 받고 마트에서 장을 보지만, 미국 기준금리와 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대출 이자와 물가가 크게 영향받는다. 왜 미국 돈이 우리 일상을 흔드는지,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과 금리·환율의 원리를 이해해 보자.
기축통화 이야기, 왜 전 세계는 자기 돈 놔두고 ‘달러’만 쓸까?
한국의 동네 시장에서는 한국 돈만 내면 배추도 사고 고기도 산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지구촌 국제 시장’으로 나가면 사정이 180도 달라진다. 왜 한국 돈(원화)을 안 받아줄까?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기름 100만 드럼 주세요. 대신 우리 한국 돈으로 드릴게요”라고 하면, 사우디 상인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그 돈 받아서 뭐 합니까? 우리 동네에선 한국 돈 안 받아요.”
사우디 입장에서는 언제 망할지 모르는 남의 나라 종이돈 대신, 지구상 어디를 가도 물건을 살 수 있는 가장 힘센 돈을 원한다. 그 돈이 바로 ‘미국 달러’이다.
기축통화, 열쇠가 되는 돈
전 세계 나라들은 약속을 하나 했다. “기름을 사든, 비행기를 사든, 밀가루를 사든, 나라끼리 거래할 때는 무조건 미국 달러로 계산하자!”하고 말이다.
자동차 문을 열려면 맞는 열쇠가 필요하듯, 국제 거래 시장 속으로 들어가려면 달러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달러를 기축통화, 영어로는 Key Currency라고 부른다.
1997년 IMF 외환위기
현재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우리나라 공장들은 멀쩡했고, 사람들도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나라가 왜 부도가 났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나라 곳간에 ‘달러’가 똑떨어졌었기 때문이다.
한국 돈은 은행에 쌓여 있었지만, 외국에서 기름과 원자재를 사 올 ‘달러’가 없었던 것이다. 공장이 멈추고 나라 전체가 빚쟁이(IMF)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국이 돈을 뿌릴 때, 왜 내 지갑이 털릴까?
달러가 세계 공용 화폐가 되면서 엄청난 문제가 하나 생겼다. 미국이 자기네 집안 사정 때문에 돈을 늘렸다 줄였다 할 때마다 전 세계가 함께 힘들어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 시기(2020년 이후)에 시중에 돈을 마구 뿌렸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밖을 안 나가니 경제가 다 죽게 생겼다고 판단한 미국 정부는 경제를 살리려고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처럼 달러를 마구 찍어댔다.
문제는 달러가 너무 흔해졌다는 것이다.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고, 물건값(물가)과 주식,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것인데, 미국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 놀라 금리 인상으로 돈을 다시 거둬들였다.
물가가 너무 오르자 “안 되겠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달러를 다시 빨아들이자!” 하고 은행 예금 이자(금리)를 0%대에서 5%대로 확 올려버렸다. 이자를 5%나 준다니, 전 세계에 투자되어 있던 돈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베트남 공장에서 빠져나와 미국 은행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한국에 있던 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니, 한국에서는 달러가 귀해진다. 달러 환율이 1,100원에서 1,400원으로 폭등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한국은행은 “우리도 이자를 안 올리면 한국 돈이 다 미국으로 도망가겠다!”며 한국의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그 결과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삶이 힘들게 된다.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가 월 5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껑충 뛰고, 기름값과 수입 밀가루 가격이 올라 동네 빵집 빵값마저 줄줄이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기네 물가 잡겠다고 한 행동 하나가 지구 반대편 내 통장을 털어갈 수도 있는 셈이다.
얄미운 달러, 다른 돈으로 바꾸면 안 될까?
이쯤 되면 전 세계가 화가 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왜 우리가 미국 마음대로 휘둘려야 해? 달러 말고 다른 거 쓰자!” 하고 말이다. 그래서 두 가지 도전자가 나왔다.
도전자 1: 중국의 위안화
중국이 “우리 경제 규모도 크니까 우리 돈(위안화)을 세계 돈으로 쓰자!”고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중국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중국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법을 바꾸고 외국인 돈을 묶어버릴 수도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내 피 같은 재산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나라에 맡길 사람은 없다.
도전자 2: 비트코인(암호화폐)
비트코인은 “국가나 은행 눈치 보지 말고,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 비트코인을 세계 화폐로 쓰자!”라며 젊은 층과 투자자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미국 정치인들(트럼프 등)도 표를 얻기 위해 “비트코인 키워주겠다”고 말해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가격의 널뛰기’라는 심각한 약점이 있다. 오늘 1억 하던 비트코인이 다음 달에 6천만 원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어떤 기업 사장님이 1년 뒤에 받을 수출 대금을 내일 반 토막 날지도 모르는 비트코인으로 받겠는가?
그래서 비트코인은 ‘돈을 불리기 위한 투자처(금 같은 자산)’는 될 수 있어도, 빵 사고 기름 사는 ‘진짜 일상 화폐’가 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미국이 망하길 바라지 않는 이유
지금 미국 정부의 빚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서, 학자들은 “이러다 미국 망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한다. 보통 회사나 개인이 빚이 그렇게 많으면 진작 파산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미국이 망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모아둔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은 미국 달러와 미국 국채(빚 문서)이다. 국민연금도 미국 주식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바로 옆 주변 사람들은 미국 주식(애플, 테슬라 등)을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만약 미국이 망해서 달러가 종잇조각이 된다면? 미국만 망하는 게 아니라, 달러를 쥐고 있던 한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사람들의 통장 잔고가 하루아침에 0원이 된다. 배에 구멍이 뚫렸는데, 그 배에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다 타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미국이 얄미워도 모두가 “미국이 망하면 안 되는데” 하며 달러를 계속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달러는 미국 돈이지만, 달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 사는 우리가 원화를 쓰면서도 미국 금리와 달러 환율을 매일 뉴스에서 챙겨보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거인이 기침 한 번, 발걸음 한 번 뗄 때마다 내 주택담보대출 이자, 내 주식 계좌, 그리고 이번 주말 마트 장바구니 물가가 요동친다. 달러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남의 나랏돈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내 피 같은 돈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읽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