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블런 효과: 캠핑장에 등장한 천만 원짜리 텐트, 사람들은 왜 환호할까

주말을 맞아 도심을 벗어나 조용한 숲속 캠핑장을 찾았다. 텐트를 치고 숨을 고르려는데, 옆자리에 들어온 일행의 장비가 예사롭지 않다. 성인 두 명이 간신히 눕는 크기의 텐트 중앙에는 알아보기 힘든 영문 로고가 작게 박혀 있는데, 캠핑을 꽤나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을 떡 벌릴 만한 최고급 하이엔드 브랜드다.

텐트 하나 가격만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값과 맞먹는다. 과연 저 텐트 안에서 자면 영하의 추위도 느껴지지 않고 비바람도 완벽하게 튕겨내는 것일까. 기능적으로는 훌륭하겠지만, 솔직히 10분의 1 가격인 평범한 텐트와 비교해 잠자리의 질이 열 배나 쾌적해질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이토록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표를 기꺼이 감수하며 지갑을 여는 것일까?

비쌀수록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기이한 시장

상식적인 경제의 규칙, 즉 ‘수요 법칙’에 따르면 물건의 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구매를 망설이고 수요는 줄어들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격표의 숫자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열광하며 물건을 사들이는 기이한 시장이 존재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 Veblen)은 사람들의 이러한 독특한 소비 행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는 사람들이 단지 물건의 ‘쓸모’를 얻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한 경제적 지위와 엄청난 부를 가졌음을 세상에 전시하기 위해 고가의 상품을 사들인다고 분석했다. 이를 ‘과시적 소비’라고 하며, 가격이 비쌀수록 남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 장벽이 생겨 오히려 과시욕이 강하게 충족되므로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부른다.

시선을 결제하고 우월감을 입다

캠핑장의 값비싼 텐트나, 직장인들이 몇 달 치 월급을 모아야 간신히 살 수 있는 하이엔드 골프채 세트, 그리고 가격을 올릴수록 오히려 매장 앞에 밤샘 대기열이 길어지는 한정판 스니커즈 시장은 모두 베블런 효과가 뚜렷하게 작동하는 현장이다.

이들이 수백, 수천만 원을 결제하며 실제로 사는 것은 텐트의 방수 기능이나 골프채의 타구감이 아니다. 그 물건을 들고 캠핑장이나 필드에 나섰을 때 쏟아지는 타인의 부러움 섞인 시선, 그리고 “나는 이 정도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할 수 있는 계급의 사람”이라는 은밀하고도 강렬한 우월감을 구매하는 것이다.

만약 가격이 너무 합리적으로 내려가 누구나 그 브랜드를 쉽게 살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신분을 뽐낼 수 있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그렇기에 럭셔리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가격을 올리며 ‘아무나 가질 수 없음’을 포장하고, 소비자는 그 거만한 가격표에 기꺼이 지갑을 내어주는 모순이 반복된다.

텅 빈 내면을 채우려는 가격표의 무게

내가 가진 물건이 곧 나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믿는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과시적 소비가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들보다 성공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어쩌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일 수 있다.

하지만 고가의 로고와 영수증으로만 쌓아 올린 자존심은, 나보다 더 비싸고 구하기 힘든 한정판 물건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금세 초라하게 무너져 내리고 만다. 수천만 원짜리 텐트가 숲속의 맑은 공기와 밤하늘의 별빛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처럼, 진정한 삶의 풍요는 내가 걸친 물건의 가격표가 아니라 단단한 내면과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 속에서 싹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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