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뉴스에서 새로운 일자리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체감하는 현실과 숫자가 사뭇 달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주변에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청년들이 가득한데도 실업률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숫자 뒤에 숨은 노동시장의 진짜 흐름을 짚어보면, 일자리를 지키는 복지 정책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한결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일자리 장터가 나누는 세 가지 모습
나라 안의 모든 사람을 일자리라는 잣대로 들여다보려면 먼저 ‘동네 커다란 일터 장터’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법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주민들 중에서, 실제로 장터에 나와 물건을 팔거나 남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취업자’가 된다.
반면에 당장 일자리는 없지만 아침마다 이력서를 들고 부지런히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실업자’로 분류된다. 이 둘처럼 일터 장터에 적극적으로 발을 들이고 있는 사람들을 한데 묶어 ‘경제활동인구’라고 부른다. 하지만 장터에 아예 나갈 생각이나 여력이 없는 이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주부나 배움에 집중하는 학생, 혹은 평생 일터에서 땀 흘린 뒤 편안하게 쉼을 누리는 어르신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처럼 일할 나이가 되었지만 구직이라는 레이스에 뛰어들지 않은 사람들을 통계에서는 ‘비경제활동인구’라는 이름표로 따로 구분해 둔다.
취업준비생이 실업자 명단에서 사라지는 이유
여기서 우리가 흔히 오해하기 쉬운 커다란 통계의 함정이 하나 드러나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몇 년째 도서관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나, 거듭된 낙방에 지쳐 구직을 잠시 포기한 청년들이 적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분들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실업자처럼 보이지만, 국가의 공식 통계 장부에서는 실업자 숫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식 통계에서 실업자로 인정받으려면 ‘최근 몇 주간 실제로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만 하고 있거나 지쳐서 잠시 쉬고 있는 청년들은 ‘장터 밖에서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쏙 빠져버린다. 그 결과 청년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엉뚱하게도 공식 실업자 수가 줄어들면서 실업률 수치가 오히려 낮아지는 기현상이 빚어지게 된다.
장사가 잘 풀릴 때 실업률이 뛰어오르는 역설
반대로 경제에 훈풍이 불고 일자리가 늘어날 때 고용률과 실업률이 나란히 함께 뛰어오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동네 공장과 식당들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 한쪽에서는 채용에 성공하는 사람이 늘어나 취업자 숫자가 쑥쑥 올라가게 된다. 동시에 다른 한쪽에서는 “요즘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더라” 하는 소문을 듣고 방 안에서 쉬던 구직 단념자들이 다시 이력서를 들고 장터로 쏟아져 나온다.
그동안 통계에 잡히지 않던 분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기 시작하면서 장부상 공식 ‘실업자’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리게 된다. 결국 사회 전체로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일할 의욕이 되살아나는 건강한 신호인데도, 겉으로 보이는 실업률 수치만 보면 마치 실직자가 갑자기 폭증한 것처럼 보이는 재미있는 착시가 발생한다.
숫자 뒤에 숨은 진짜 노동시장의 흐름
더욱이 인구 자체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사회에서는 고용 지표를 한층 더 입체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었더라도, 전체 청년 인구가 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 통계 장부상 고용률 숫자는 오히려 저절로 올라가는 둔갑술이 일어난다. 단순히 “실업률이 몇 퍼센트 떨어졌다”는 단편적인 뉴스 한 줄만 믿고 일자리 환경이 좋아졌다고 섣불리 안심할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고용 통계라는 것은 저 멀리 사무실에서 계산기만 두드리는 차가운 숫자가 아니다. 청년들이 왜 도서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지, 일하고 싶은 어르신들에게 마땅한 자리가 주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가족의 소중한 일터가 얼마나 튼튼하게 지켜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 건강의 생생한 맥박’이다.
단편적인 숫자의 겉모습에 휘둘리지 않고 통계의 이면에 담긴 이웃들의 땀과 고민을 읽어낼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일자리 복지 정책 역시 겉도는 탁상공론을 넘어 진짜 필요한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나침반이 된다.